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116] 자기 소외, 내가 나에게서 타인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치훈
2023-12-05
조회수 942


스물한 번째 절기, 한겨울을 알리는 대설(大雪)에 접어듭니다. 농가는 숨을 고르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겨울철 농한기에 접어듭니다. 본격적인 겨우살이에 들며, 지난 한 해와 오는 한 해를 헤아리며 12월의 남은 나날을 맑은 날의 눈처럼 빛나게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박수들을 모아 함께 축하할 소식이 있습니다.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연구지원 해온 교수님들의 잇따른 수상 소식입니다. 대교문화재단 ‘제32회 눈높이교육상’에서 지난 5월 작고한 문용린 전 대교문화재단 이사장(전 교육부장관, 전 서울시교육감)의 뜻을 기리는 '이우상'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최인철 교수님과 2023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 '학술상'에 서강대학교 희망연구소 소장 나진경 교수님, '젊은 심리학자상'에 희망연구소 최은수 교수님 수상 소식을 전합니다. 함께 축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언제부턴가 미디어, 서적, 광고, 강연 등에서 “진짜 나를 찾아라”,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라” 류의 메시지를 흔하게 만나게 됩니다. 삶의 진정성, 진실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사회에 불거지던 초반에는 그런 말들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해갈, 해방감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갈수록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과 적잖은 괴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는 ‘진짜 나, 진정 자신이 원하는 일과 삶’을 살지 않으면 마치 틀린 것처럼 느끼게하는 그런 메시지들이 현대사회의 피로감을 하나 더 보태는 것 같습니다.


많은 현대인이 자기 소외감(Self-Alienation)을 앓고 있습니다. 늘 밖으로 과도히 쏟아지는 관심과 분주한 주의로 인해 자신의 감정, 느낌, 삶의 가치를 들여다볼 겨를이 없습니다. 자신이 자신으로부터 소외되어, 자신을 알지 못하게 되고, 자신이 자신에게 있어 타인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비 진정성 상태'라는 이름표를 현대의 삶에 또 하나 가져다 붙입니다.

진정성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왜,

개인이 진정성을 경험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을까요?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현대사회의 “극대화된 개인의 자유도”와 그에 따른 “무한한 선택지”를 그 배경 원인으로 꼽습니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얼마든지 본인이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이는 개인에게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라는 압박감을 주어, 되려 진정한 자신과 원하는 삶에 대한 고민을 더욱이 무겁고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먼 과거, 신분이나 출신이 개인의 인생을 결정하고, 종교와 예禮, 충忠, 효孝 같은 절대적인 삶의 지침이 존재하던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스스로가 자아상과 인생의 방향에 관해 결정해야만 하므로, 그 고민에 대한 답은 개인에게 더더욱 아득해졌습니다.


진짜 나, 진정한 자아에 다가가는 길에 도움이 될 심리학 연구 기반의 몇 가지 사고방식 전환을 제안합니다.


첫 번째, 은유를 통해 진정한 자아 헤아려보기. 굴곡지고 다사다난한 인생살이를 ‘삶은 파도와 같다’라는 은유를 통해 표현하곤 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삶을 여행에 비유했을 때, 사람들은 자기 삶의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한다고 합니다. 진정한 자아 역시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라, 은유를 통해 자신을 무언가에 빗대어 본다면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발견(discovery)”이라는 은유를 사용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진정한 자아를, 이미 자신 내면에 내재하고 있는, 발견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때, 우리는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번씩 내면에서 어떤 것을 “발견”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의 감각을 소중히 여기며, 나에 대한 발견을 해냈다고 생각하고, 진정한 나에 대해 은유를 통해 헤아려봅니다.


두 번째, 본질주의적 사고하기. 본질주의적 사고란 객체의 심리나 행동을 이해하고 판단할 때, 모든 객체는 근원적인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본성(본질)이 그 객체의 내외면적 특징과 형태를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을 기반한 사고입니다. 예를 들어, 수다스럽고 사람 만나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저 사람은 왜 그럴까’를 생각할 때, ‘저 사람은 외향적인 본질을 가지고 있어서 저렇게 행동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본질주의적 사고입니다. 본질주의적 사고를 통해 자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가 진정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때, 철저하게 자기 자신의 핵심 가치와 정체성을 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이고 변하지 않는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질문을 던져봅니다.


세 번째, 만족스러운 결정 내리기. 의사결정과 선택은 우리의 자아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선택하는지에 따라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을 때, 삶에서 내린 중요한 결정들(가령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결정)에 높은 만족도를 느낀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진정한 자아를 따를 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그 반대도 존재했는데, 즉,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에 만족할 때,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더욱 잘 이해한다고 합니다. 내 결정이 만족스럽다면, 그 긍정적 정서가 자신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경험하게 하여,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점은 ‘객관적으로 가장 큰 효용을 갖는 결정’이 아닌, ‘주관적으로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반복할수록, 우리는 내가 진정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될 것입니다.


위 글은 2023년 10월 26월 발행한 김진형 교수의 칼럼 - [희망] 진정한 자아(True Self)를 찾아서: 진정성(Authenticity) 있는 삶을 향해 - 편에서 발췌한 글들을 각색/편집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진짜 나, 진정한 자아를 이해하기 위해, 밖으로 향해있는 우리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힘겹고 지치고 좌절감을 느낄 때, 우리 주의는 더욱더 내면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려 합니다. 상처 입은 자신을 감싸 안기보다는 서둘러 해소하려 애씁니다. 아래, 자신을 지키고 자신을 향한 친절을 안내하는 시를 공유합니다. 고요히 숨을 고르며,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목소리를 꺼내어 자기 자신을 향해 나즈막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그에 어울리는 음악 하나를 제안합니다.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대표곡으로, 가사 없이 모음으로만 노래하는 성악곡 <보칼리제>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악기, 인간의 목소리로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아름다운 선율을 가슴으로 공명하며, 그 선율이 나에게 어떤 메시지로 다가오는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함께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슬플 때,

나는 더 적은 사랑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화날 때,

나는 더 적은 사랑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불만스러울 때,

나는 더 적은 사랑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상처받고 가슴 아플 때,

나는 더 적은 사랑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삶이 때로는 혼란스러워 보여도,

나는 더 적은 사랑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어떤 기분이 들든지,

나는 더 적은 사랑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어떤 생각이 들든지,

나는 더 적은 사랑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어떤 과거를 지나왔든 간에,

나는 더 적은 사랑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앞날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간에,

나는 더 적은 사랑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모습이든 간에,

나는 더 적은 사랑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 맷 칸 <사랑 사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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