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짐의 미학, 실패로부터 배우기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실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토마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1,000번 넘게 실패했고, 제임스 다이슨이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하기 위해 5,126개의 실패한 시제품을 만들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항상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발전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종종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때로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느끼는 것일까?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의 어려움
흔히 실패는 자연스럽게 배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패로부터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의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양자택일형 문제로 구성된 퀴즈를 풀고 피드백을 받았다. 문제는 정답을 추측하기 어려운 형태였기에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약 50%의 정답률을 보였다. 이때 ‘성공’ 조건에 배정된 참가자들은 맞춘 문제 몇 개에 대해 ‘정답’이라는 피드백을 받았고, ‘실패’ 조건에 배정된 참가자들은 틀린 문제 몇 개에 대해 ‘오답’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정답’이라는 피드백은 선택한 답이 맞았음을 의미하고, ‘오답’이라는 피드백은 선택하지 않은 답이 맞았음을 의미하므로, 양쪽 모두 동일한 정보를 전달받은 셈이었다. 따라서 어떤 피드백을 받더라도 정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내용을 평가하는 퀴즈를 다시 풀게 했을 때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성공’ 조건의 참가자들은 62%의 상대적으로 높은 정답률을 보였으나, ‘실패’ 조건의 참가자들의 정답률은 48%에 그쳤다. 이는 ‘성공’ 조건의 참가자들이 피드백으로부터 학습한 반면, ‘실패’ 조건의 참가자들은 피드백으로부터 배우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정답률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거나 퀴즈의 내용을 변경하더라도 이러한 결과는 일관되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했던 것일까?

자아에 대한 위협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배우고자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유능하고 긍정적으로 보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실패는 자존감에 의문을 제기하여 자신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려는 목표를 위협한다. 이러한 위협이 클수록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에서 멀어진다. 실패는 그 가능성만으로도 자아를 위협하므로, 사람들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목표를 애초에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사람들은 자신의 인종, 민족, 성별, 문화적 배경에 대한 부정적 고정 관념이 자신의 실패로 인해 확인될 것을 두려워한다. 이로 인해, 고정 관념을 깨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되며, 이는 오히려 고정 관념을 더 강하게 만든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감정적 비용이 크지만, 실패를 무시하는 것은 감정적으로 이익이 된다. 실패를 무시하면 자신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 있고, 이는 자아상을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실패와 관련된 정보를 회피하거나 확인을 지연시키는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건강 검진을 미루거나, 학생이 낮은 성적의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확인하지 않거나, 투자자가 시장 하락 후 계좌를 들여다보지 않는 행동이 이에 해당한다. 정보가 없다면 배울 수 없다. 더 나아가, 중요한 정보를 외면하면 더 큰 위험이나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감정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하곤 한다.
아울러,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욕구는 기억과 믿음에도 영향을 미쳐 실패를 인식하는 것자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는, 과제 초기에 실패를 경험한 참가자들이 과제에 성공하더라도 자신이 실제보다 덜 행복할 것이라고 잘못 예측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이는 달성 가능성이 낮은 목표의 가치를 평가 절하함으로써 긍정적 자기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 결과다. 이와 같은 실패로 인한 믿음의 변화는 목표나 과제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켜, 결국 실패로부터 배우려는 의욕을 잃게 만든다.
인지적 장벽
이와 같이 자아를 보호하려는 강한 욕구와 더불어,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바로 바로 실패로부터 배우는 과정 자체가 인지적으로 많은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나 예상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가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웨이슨 선택 과제(Wason Selection Task)를 살펴보자. 이 과제에서 참여자들은 여러 장의 카드를 받고, 주어진 카드들이 제시된 규칙을 따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규칙이 ‘카드의 한 면이 홀수라면 다른 면은 빨간색이어야 한다’라고 해보자. 이때 참여자들은 규칙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장의 카드 중 어느 카드를 뒤집을지 결정해야 한다. 이때 어느 카드를 뒤집어 보아야 할까?

이 규칙을 확인하려면, 논리적으로는 홀수 카드와 파란색 카드를 뒤집어보는 것이 맞다. 홀수 카드의 뒷면에 빨간색이 있는지 확인하고, 파란색 카드의 뒷면에 홀수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홀수 카드는 뒤집었으나, 파란색 카드를 뒤집은 경우는 드물었다. 이는 사람들이 규칙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규칙이 틀렸는지 확인하지 않는 확증 편향을 보였음을 시사한다.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확증 편향이 나타난다. 실패를 예상하며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실패는 대개 예상치 못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예상과 맞지 않는 정보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편향으로 인해, 실패로부터 정보를 얻고 배우는 과정은 쉽고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성공으로부터 배우는 것보다 덜 직관적이다. 성공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은 행동을 반복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실패를 초래한 행동은 피해야 하지만, 그렇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실패를 통해 배우려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올바른 행동을 추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추론은 많은 인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실패로부터 학습하기 위한 효과적 전략
이처럼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감정적, 인지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로부터 배우고자 한다면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
우선, 실패를 자아와 분리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자신의 실패를 직접 경험하는 것과 달리, 타인의 실패를 관찰하는 것은 자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타인의 실패와 이에 대한 피드백을 관찰하면 감정적 부담 없이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실패를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나는 왜 실패했을까?’라는 질문 대신 ‘이 사람은 왜 실패했을까?’라고 질문하면 자신과 거리를 두고 실패를 분석할 수 있다.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사람들은 성공과 실패를 헌신(commitment) 또는 진전(progress)으로 해석한다. 헌신은 목표가 달성 가능하고 가치 있다는 믿음을 반영하며, 진전은 목표와 현재 상태 간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믿음을 반영한다.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목표 추구 행동이 크게 달라진다. 성공을 헌신으로 해석하면(예: ‘나는 이 일에 적합해’), 목표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며 동기가 강화된다. 반면 성공을 진전으로 해석하면(예: ‘이제 충분히 했어’), 목표에 대한 동기가 약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실패는 어떨까? 실패를 헌신의 부재로 해석하면(예: ‘나는 이 일에 맞지 않아’), 목표의 가치와 중요성이 감소하고 동기도 떨어진다. 반대로, 실패를 진전의 부족으로 해석하면(예: ‘아직 충분히 시도하지 않았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전문가들은 실패를 진전의 부족으로 해석하여 더 노력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초심자들은 이를 헌신의 부재로 받아들여 목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패를 헌신의 부재가 아닌 진전의 부족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실패로부터 배우려는 동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도 실패에 대한 감정적, 인지적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드백을 받은 사람이 기분이 상하면 자아를 보호하려는 욕구가 강해져 피드백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되, 인격적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은 피해야 한다. 아울러, 단순히 ‘잘못되었다’는 피드백만 전달하면 이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추론하기 어려우므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인생에서 크고 작은 실패는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실패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실패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특성을 잘 이해한다면, 이를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대신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Carlson, R. W., & Fishbach, A. (2024). Learning from failure. Motivation Science.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037/mot0000338
- Eskreis-Winkler, L., & Fishbach, A. (2019). Not Learning From Failure—The Greatest Failure of All. Psychological Science, 30(12), 1733–1744. https://doi.org/10.1177/0956797619881133
- Eskreis-Winkler, L., & Fishbach, A. (2022). You Think Failure Is Hard? So Is Learning From It.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7(6), 1511–1524. https://doi.org/10.1177/17456916211059817
- Sjåstad, H., Baumeister, R. F., & Ent, M. (2020). Greener grass or sour grapes? How people value future goals after initial failur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88, Article 103965. https://doi.org/10.1016/j.jesp.2020.103965

석혜원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사람의 마음을 측정하는 방법, 측정을 통해 얻어진 자료를 분석하는 통계적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계량심리학자.
넘어짐의 미학, 실패로부터 배우기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실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토마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1,000번 넘게 실패했고, 제임스 다이슨이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하기 위해 5,126개의 실패한 시제품을 만들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항상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발전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종종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때로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느끼는 것일까?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의 어려움
흔히 실패는 자연스럽게 배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패로부터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의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양자택일형 문제로 구성된 퀴즈를 풀고 피드백을 받았다. 문제는 정답을 추측하기 어려운 형태였기에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약 50%의 정답률을 보였다. 이때 ‘성공’ 조건에 배정된 참가자들은 맞춘 문제 몇 개에 대해 ‘정답’이라는 피드백을 받았고, ‘실패’ 조건에 배정된 참가자들은 틀린 문제 몇 개에 대해 ‘오답’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정답’이라는 피드백은 선택한 답이 맞았음을 의미하고, ‘오답’이라는 피드백은 선택하지 않은 답이 맞았음을 의미하므로, 양쪽 모두 동일한 정보를 전달받은 셈이었다. 따라서 어떤 피드백을 받더라도 정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내용을 평가하는 퀴즈를 다시 풀게 했을 때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성공’ 조건의 참가자들은 62%의 상대적으로 높은 정답률을 보였으나, ‘실패’ 조건의 참가자들의 정답률은 48%에 그쳤다. 이는 ‘성공’ 조건의 참가자들이 피드백으로부터 학습한 반면, ‘실패’ 조건의 참가자들은 피드백으로부터 배우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정답률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거나 퀴즈의 내용을 변경하더라도 이러한 결과는 일관되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했던 것일까?
자아에 대한 위협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배우고자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유능하고 긍정적으로 보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실패는 자존감에 의문을 제기하여 자신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려는 목표를 위협한다. 이러한 위협이 클수록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에서 멀어진다. 실패는 그 가능성만으로도 자아를 위협하므로, 사람들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목표를 애초에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사람들은 자신의 인종, 민족, 성별, 문화적 배경에 대한 부정적 고정 관념이 자신의 실패로 인해 확인될 것을 두려워한다. 이로 인해, 고정 관념을 깨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되며, 이는 오히려 고정 관념을 더 강하게 만든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감정적 비용이 크지만, 실패를 무시하는 것은 감정적으로 이익이 된다. 실패를 무시하면 자신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 있고, 이는 자아상을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실패와 관련된 정보를 회피하거나 확인을 지연시키는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건강 검진을 미루거나, 학생이 낮은 성적의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확인하지 않거나, 투자자가 시장 하락 후 계좌를 들여다보지 않는 행동이 이에 해당한다. 정보가 없다면 배울 수 없다. 더 나아가, 중요한 정보를 외면하면 더 큰 위험이나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감정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하곤 한다.
아울러,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욕구는 기억과 믿음에도 영향을 미쳐 실패를 인식하는 것자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는, 과제 초기에 실패를 경험한 참가자들이 과제에 성공하더라도 자신이 실제보다 덜 행복할 것이라고 잘못 예측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이는 달성 가능성이 낮은 목표의 가치를 평가 절하함으로써 긍정적 자기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 결과다. 이와 같은 실패로 인한 믿음의 변화는 목표나 과제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켜, 결국 실패로부터 배우려는 의욕을 잃게 만든다.
인지적 장벽
이와 같이 자아를 보호하려는 강한 욕구와 더불어,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바로 바로 실패로부터 배우는 과정 자체가 인지적으로 많은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나 예상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가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웨이슨 선택 과제(Wason Selection Task)를 살펴보자. 이 과제에서 참여자들은 여러 장의 카드를 받고, 주어진 카드들이 제시된 규칙을 따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규칙이 ‘카드의 한 면이 홀수라면 다른 면은 빨간색이어야 한다’라고 해보자. 이때 참여자들은 규칙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장의 카드 중 어느 카드를 뒤집을지 결정해야 한다. 이때 어느 카드를 뒤집어 보아야 할까?
이 규칙을 확인하려면, 논리적으로는 홀수 카드와 파란색 카드를 뒤집어보는 것이 맞다. 홀수 카드의 뒷면에 빨간색이 있는지 확인하고, 파란색 카드의 뒷면에 홀수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홀수 카드는 뒤집었으나, 파란색 카드를 뒤집은 경우는 드물었다. 이는 사람들이 규칙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규칙이 틀렸는지 확인하지 않는 확증 편향을 보였음을 시사한다.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확증 편향이 나타난다. 실패를 예상하며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실패는 대개 예상치 못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예상과 맞지 않는 정보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편향으로 인해, 실패로부터 정보를 얻고 배우는 과정은 쉽고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성공으로부터 배우는 것보다 덜 직관적이다. 성공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은 행동을 반복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실패를 초래한 행동은 피해야 하지만, 그렇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실패를 통해 배우려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올바른 행동을 추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추론은 많은 인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실패로부터 학습하기 위한 효과적 전략
이처럼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감정적, 인지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로부터 배우고자 한다면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
우선, 실패를 자아와 분리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자신의 실패를 직접 경험하는 것과 달리, 타인의 실패를 관찰하는 것은 자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타인의 실패와 이에 대한 피드백을 관찰하면 감정적 부담 없이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실패를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나는 왜 실패했을까?’라는 질문 대신 ‘이 사람은 왜 실패했을까?’라고 질문하면 자신과 거리를 두고 실패를 분석할 수 있다.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사람들은 성공과 실패를 헌신(commitment) 또는 진전(progress)으로 해석한다. 헌신은 목표가 달성 가능하고 가치 있다는 믿음을 반영하며, 진전은 목표와 현재 상태 간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믿음을 반영한다.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목표 추구 행동이 크게 달라진다. 성공을 헌신으로 해석하면(예: ‘나는 이 일에 적합해’), 목표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며 동기가 강화된다. 반면 성공을 진전으로 해석하면(예: ‘이제 충분히 했어’), 목표에 대한 동기가 약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실패는 어떨까? 실패를 헌신의 부재로 해석하면(예: ‘나는 이 일에 맞지 않아’), 목표의 가치와 중요성이 감소하고 동기도 떨어진다. 반대로, 실패를 진전의 부족으로 해석하면(예: ‘아직 충분히 시도하지 않았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전문가들은 실패를 진전의 부족으로 해석하여 더 노력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초심자들은 이를 헌신의 부재로 받아들여 목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패를 헌신의 부재가 아닌 진전의 부족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실패로부터 배우려는 동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도 실패에 대한 감정적, 인지적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드백을 받은 사람이 기분이 상하면 자아를 보호하려는 욕구가 강해져 피드백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되, 인격적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은 피해야 한다. 아울러, 단순히 ‘잘못되었다’는 피드백만 전달하면 이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추론하기 어려우므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인생에서 크고 작은 실패는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실패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실패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특성을 잘 이해한다면, 이를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대신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석혜원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사람의 마음을 측정하는 방법, 측정을 통해 얻어진 자료를 분석하는 통계적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계량심리학자.